안녕하세요. 다름다룸 작가 유디입니다. 오랜만이네요! 페르조나
“직장에서 꼰대 상사로 인해 짜증이 나고 불쾌하더라도 애써 웃으며 대하는 경험을 해보셨나요? 또는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꼬여있는데도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생각을 내려놓고 즐겁게 참석하려 했던 경험을 해보셨나요? 아니면 사람들과 더 깊이 있게 지내고 싶으면서도 이전의 관계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에게 최대한 마음과 다르게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 나를 경험한 적 있으신가요?”
심리에 대해 다루는 두 번째 글입니다!
오늘 다룰 심리학 용어는 ‘페르조나(Persona)’ 입니다.
한 번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고, 무슨 의미지 싶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쉽게 말해, 개인이 사회적으로 쓰고 있는 가면을 의미합니다.
페르조나는 개인의 사회적 인격, 다시 말해 사회에서 기대하는 방식으로 적응하고 나타내는 특성을 말합니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Jung)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MBTI검사(성격유형검사)의 토대가 되는 분석심리학을 주장했습니다. 분석심리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집단무의식의 원형 종류 중 하나가 바로 페르조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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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조나의 정의
페르조나는 가면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말하는데요.
어떤 배우가 왕의 가면을 쓰면 왕이 되고, 신하의 가면을 쓰면 신하가 됩니다. 왕의 가면을 쓰면 근엄하고 중후한 느낌처럼, 신하의 가면을 쓰면 조금은 가볍고 빠릿빠릿하게 행동하곤 하죠.
실제 성격과 다르지만 타인의 눈에 비치는 개인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형성된 기능적 인격을 ‘페르조나’라고 부릅니다.
타인이 알고 있는 자신의 인습적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사회가 규정하는 나에 대한 인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2019년, 안 본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영화 ‘기생충’에서 최우식 배우가 열연해준 ‘기우’역을 예로 쉽게 설명해보려 합니다.
피자 상자를 접으면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는 가정의 장남 기우.
평소 기우의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와이파이를 찾기 위해 화장실까지 찾아다니죠.
자, 그렇다면 친구의 소개로 과외 일을 시작한 기우의 모습은 어떨까요?
마치 다른 역할을 맡은 듯 합니다. 복장부터가 다른데요. 깔끔한 복장으로 굽었던 허리마져 바른 자세로 바뀌었네요.
대부분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서 기우는 진짜 연기를 합니다. (학위증 위조, 거짓 인물 소개 등)
하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처한 상황에 맞춰 조금씩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쉬는 날 집에서의 나, 가족들 사이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 연인 관계에서의 나.
100퍼센트 똑같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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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조나의 특성
페르조나는 적절히 활용할 때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황을 돕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적인 영역에서도 계속해서 가면을 벗지 않는다면, 즉 페르조나를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면 개인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페르조나와 지나치게 동일시 된다면 ‘진짜 나’와 멀어지게 됩니다. 그로인해 개인에게는 무력감, 불안, 공포, 해리 등 신경증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문화적인 특성이 반영되기도 하는데요. 한국 사회는 페르소나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집에서 자녀 앞에서의 부모란 가면, 혹은 부모님 앞에서 자녀라는 가면, 직장에서는 성실한 사원의 가면, 듬직한 남편 혹은 남자친구, 따뜻한 아내 혹은 여자친구의 가면,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정한 친구의 가면, 시댁에서는 성실한 며느리, 처갓집에서는 사위로서의 가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면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며느리, 우수 사원상을 받은 신입사원이 겪을 수 있는 이유없는 두통, 우울증 등 신체적 증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페르조나와의 동일시로 진정한 자기, 무의식이 소외되었기 때문입니다.
페르조나는 외적 관계의 산물인 외적 인격입니다. 융은 페르조나가 가상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페르조나는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개인의 길은 아니라고 하는 것입니다. 페르조나와 자아가 완전히 동일시 되면 진정한 자기를 잃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기로부터 멀어져 형식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혹은 페르조나가 지나치게 약할 때에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꽤나 어려운 말인 것 같죠?
저는 다름다룸 검사도구를 통해 여러 내담자분들을 만나며 해석상담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도구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 도구를 내 삶에 어떻게 활용하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삶은 하나의 방법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개인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 페르조나라는 것이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적절히 보호하며 과도하게 동일시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적절히 활용해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가끔씩은 외부 환경, 사회적 기대와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를 후순위로 두었던 태도를 내려놓고, 내가 진정 원하는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받아들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잠시 아래 질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시고 마무리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사회적 역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 역할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
“어떤 방법으로 내가 페르조나를 활용해 나를 보호할 수 있는가?”